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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행복한데, 피해자는 불행하다 본문

나의 일상은/e. 감성적인 개인공간

가해자는 행복한데, 피해자는 불행하다

G.lory 2019. 12. 30. 01:02



블로그라는 익명의 공간에 내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싶은 마음 반, 

내 행복한 블로그에 내 슬픈 얘기로 분위기를 우중충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 반.


항상 그 둘의 마음이 싸운다.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 내 블로근데 내 것 같지 않은 이 기분.


그래서 감성적인 개인공간에 여러 글을 썼지만 결국 다 비공개로 돌렸다.

복잡하고 번뇌가 많은 내 모습을 들키고 싶으면서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싸이월드가 사라지니 내 이야기를 쓸 공간이 없어졌다.

블로그에는 사진으로 가끔 내 모습이 나오니 완벽한 익명의 공간은 아닌것 같고...



근데 오늘은 써야겠다. 2019년이 가기전에 나를 기록해야지.

사람은 무의식중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상대방의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가해자는 그 기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기억이 희미해지고, 피해자는 시간이 갈수록 기억이 선명해진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남자친구. 

나의 한참 부족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혹은 배아프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도. 

내곁에서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 줄 수 있는 대상.


나를 보호해주고, 내가 무슨일이 생겼을 때 도와주는 사람.


나를 "해害"하려 한다거나, 나를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의심조차 할 수 없는 대상.

그런 존재가 나에게 있어 남자친구다.



믿는다. 그래서 함께한다. 신뢰가 쌓인다. 그래서 내 모든걸 보여준다.

그런 사람이 본인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나를 해하고,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처음 겪는 일이라 그 당시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고 내 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긴급조치"만을 취했다.

내 마음이 괜찮을 줄 알았다. 당황스러운 사건이 후다닥 지나갔고 그때는 연인이었으니까 훗날 나를 발목 잡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 기억" 빼고는 잘해줬거든.


하지만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는 그가 했던 범죄 행위가 떠올랐다. 괴로웠고.

내가 고소했다면 범죄자가 될 수 있었던, 부도덕한 행동을 저지른, 사상이 불순한, 그와 같이 하는 것에

나라는 사람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헤어졌다.



모임에서 만났기에, 걔가 나오는 시간을 피해서 모임에 나갔다. 소식을 듣고 싶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고, 더욱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한마디로 극혐. 역겨움. 



교집합이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겹치는 시간이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연이 떠오르면서 

쌍욕이 나왔다. 이런 내가 싫어졌다.

내 입이 험악해지는 게 싫었다. 6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인 나는 기억이 선명해졌다.

나는 억울했고 분통이 터졌다. 왜 하필 저딴애랑 사귀어서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나 혼자만 그 일을 마음에 묻어서는 나 혼자만 평생 괴로울 것 같았다. 

가해자는 한 순간의 헤프닝으로 삼고서 잊고 살텐데 말이지.



만났다. 아니나 다를까 죄책감이라는 건 1도 없더군.

피해를 당한 나는 이렇게 문득문득 기억이 떠오르면서 분통이 터지는 데 말이지.



명확하게 말했다. 알아들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너 그때 많이 봐준거라고. 초등학교 수석교사인 니 엄마, 아빠 얼굴에 똥칠하고, 코레일에 임용되는 널

끌어내릴 수 있었지만, 나 혼자의 아픔으로 묻고 사는 걸 내가 선택한 거라고.



지금 누리는 그 행복. 누군가의 고통을 발판삼아서 서 있다는 걸 잊지마라.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했으면

분명 니 눈에서도 피눈물이 흐르는 날이 있을거야.



인과응보.



하늘은 지켜보고 있고, 너와 내가 그 일을 기억하고 있고.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너는, 어떤 형태로든 죗값을 치룰거다.




너한테 사과를 들었지만 아직도 분통이 터지고 억울해. 그건 어쩔 수 없다.

내 자신이 무너질 정도로 힘들어 하지 않도록 노력은 할거다.

하지만 잊지 않을거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고 결코 인간은 믿을 존재가 아니라는 걸, 

돌다리도 한번 더 두드리고 건너는 경각심은 가져야 될 것 같아서.



내가 성선설을 믿고 사람은 순수한 마음을 갖고 산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정신 세계를 니가 하나씩 하나씩 부숴트렸어.



가해자는 잘살고 행복한데, 피해자인 나만 불행하고 생활이 망가지면 너무..... 불공평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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