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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은/e. 감성적인 개인공간

나의 선, 그리고 너의 선

G.lory 2021. 8. 23. 15:16



어렸을 때의 나는 "선"이 뚜렷하지 않은 아이였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좋았고 보다 빨리,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친해지는 것을 항상 목표로 삼았던 것 같다. 보다 많은 친구를 만들고 보다 깊은 우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서 그 사람이 생각하는 나와의 심리적 "선"과 "거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화 소재를 이용해서 서서히 친밀감을 쌓아야했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왜냐면 나는 상대방과 나와의 심리적 거리를 굉장히 넓게 설정해 놓았었고 나혼자 내적 친밀감을 쌓았다고 생각하고 급하게 친한 관계를 설정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꺼내는 대화의 주제가 상대방에게는 부담스러운 소재였을 수도 있고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는 선넘는 발언이었을 수도 있다.


항상 초반에는 친구가 많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많던 사람들은 내 주위에 남아 있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던 건지, 어떤 발언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었는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왜 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진짜 그 말을 경험하고 있다. 그 시절을 지나야만 비로소 보이고 몸소 알게 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사회생활을 오래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침범하면 불쾌하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나의 선이 어딘지 최근에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기본적인 선"을 넘지 않는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무던하게 잘 지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사람들과의 교류에 서툴렀던 내가 몰랐던 것은 바로 이 선이었던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지금 법무팀에서 사무보조 알바를 하고 있는데 친절하게 대했더니 애인인줄 착각하는 상사 때문에 매일 매일 그만두고 싶었다.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자꾸 넘는 상사 때문에 내 입에서는 자꾸 싫은 소리가 나왔고 친절했던 말투와 밝은 표정은 무표정과 딱딱한 말투로 바꼈다. 너무 피곤한 한 달 반이었고 내가 이런 심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알바를 해야만 하는지 열받은 적도 있었다.


결국 지금의 나는 "명확한 선이 있고 할 말은 하지만 업무에 대해서 기대한 것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원래 내가 설정하려고 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능력을 인정 받고 정규직 채용으로 제안을 받았으며 시급을 협상해서 올리게 된 점은 내 자신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내가 허용해줄 수 있는 나의 선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선을 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찾지 못했다. 이 부분은 또 다시 내가 고민해본다면 상대방의 기분을 덜 나쁘게 하면서도 무례하게 선을 넘는 사람들을 대처할 수 있는 화법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항상 기분이 X같은 경험을 꼭 거쳐야 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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